언론보도

“집 없어도 괜찮아” 귀농·귀촌녀를 위한 쉐어하우스 눈길

by 이노베이터 posted May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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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5월2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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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여성농업인센터
‘안전주택 임대사업’ 추진
20~40대 여성 9명에
무료로 쉐어하우스 임대

또래 여성들과 함께하면서
지역사회 정보 교류 활발
시골살이 적응에도 큰 도움


귀농·귀촌을 하는 청년여성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무료로 안전한 집을 임대해주는 사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위치한 홍성여성농업인센터는 올해 4월부터 ‘홍성 귀농·귀촌 여성을 위한 안전주택 임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안전주택 임대 사업은 홍성으로 귀농·귀촌을 하는 20~40대 여성을 대상으로 무료로 쉐어하우스를 임대해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올해 처음 실시된 것으로, 홍성군농업기술센터로부터 2000만원의 지원을 받았다.

곽영란 홍성여성농업인센터장에 따르면 최근 20~40대 여성들이 홍성으로 귀농·귀촌이 늘고 있다. 실제 통계청의 귀농·귀촌 통계를 살펴보면 전국 여성 귀촌 가구수(0~39세)는 △2013년 4만8912명 △2014년 4만9503명 △2015년 5만973명 △2016년 5만3206명 등으로 지속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 전국 여성 귀농인구수도 △2013년 3073명, △2014년 3363명, △2015년 3783명 △2016년 4260명 등으로 증가세에 있다.  

이 같은 여성들의 귀농·귀촌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가장 불편을 느끼는 건 ‘주거 문제’라는 것이 곽영란 센터장의 설명이다. 도시와 비교해 안전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고, 젊은 여성이 농촌에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홍성군여성농업인센터가 안전주택 임대 사업을 실시했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된 이번 사업은 지난 3월 14일부터 모집을 진행했고, 홍동면 소재 에코빌하우스 3채에 총 9명의 입주자가 채워져 4월 20일에 입주식까지 마쳤다.

입주자는 귀농·귀촌이 처음인 전국 각지에서 온 여성들이다. 이중에는 파란 눈의 외국인도 있다. 독일에서 국내 유기농업을 공부하고 체험하러 온 Anna Fay(안나 페이·29) 씨는 홍성여성농업인센터의 안전주택 임대 사업에 매우 흡족했다. 정농회를 통해 국내 유기농업을 체험하러 한국에 왔지만, 마땅한 주거지를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쉐어하우스이다 보니 다양한 청년여성들과 많은 대화도 나누고 한국어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늘어 좋다는 것이 안나 페이 씨의 주장이다.

안나 페이 씨는 “한국 유기농업에 대해 공부하고자 한국에 왔을 때 집을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집 주변에 파출서가 있어 안전하고, 같은 나이대의 여성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한국말도 배울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거주자 박지연(36) 씨는 홍성여성농업인센터의 안전주택 임대 사업을 보고 홍동면으로 귀농·귀촌을 결심했다. 울산에서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우연히 본 홍동마을 관련 다큐멘터리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주거를 걱정하던 찰나에 임대 사업 공고를 봤고, 그대로 홍동면으로 올라왔다. 박지연 씨는 안전주택에 거주하며 가장 좋은 것은 ‘정보교환’이라고 한다. 다른 곳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지역사회 정보 교류가 집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박지연 씨는 “같이 거주하는 친구들이 먼저 홍동면에 귀농·귀촌을 한 까닭에 많은 정보를 이야기해 줘서 적응에 도움이 됐다”면서 “앞으로 홍동면에서 사회복지 관련 일을 펼치고 싶다”라고 말했다.

홍성여성농업인센터는 내년에도 안전주택 임대 사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 입주자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이들이 지역사회 적응에 도움을 주도록 매월 입주자 회의도 개최할 계획이다.
곽영란 홍성여성농업인센터장은 “공과금만 내면서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안전주택 임대 사업은 귀농·귀촌 여성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홍동면에 귀농·귀촌하는 여성들이 지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내년에도 안전주택 임대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곽영란 홍성여성농업인센터장 
“젊은여성 주거·일자리 고민 도와야”

무작정 귀농·귀촌하기보다
일정기간 해당지역 머물면서
천천히 새로운 길 모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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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의 귀농·귀촌 정책이 남성과 가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여성을 위한 정책도 함께 마련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곽영란 홍성여성농업인센터장은 여성에 대한 귀농·귀촌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들어 부쩍 귀농·귀촌 관련 문의전화를 많이 받는다. 문의 전화의 대부분은 젊은 층의 여성들로, 거주 가능한 곳과 농촌 취업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다고 한다.

하지만 홍성여성농업인센터에서는 쉽사리 지역사회와 연결해줄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거주의 경우 주택 수도 부족할뿐더러 안전 문제를 책임져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안전주택 임대 사업’도 이 같은 이유에서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예산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현재 9명만 그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일자리의 경우 농촌 일자리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연결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에 곽영란 센터장은 문의를 하는 청년여성들에게 무작정 귀농·귀촌을 하기 보다는 일정기간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자신과 귀농·귀촌이 맞는지 고려해 보는 것을 추천했다.

곽영란 센터장은 “젊은 여성들이 귀농·귀촌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왔다가 자신과 맞지 않아 다시 도시로 떠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무작정 귀농·귀촌을 하기 보다는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자신이 지역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곽영란 센터장은 정부나 사람들의 귀농·귀촌에 대한 인식과 정책도 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부분 귀농·귀촌을 하면 농업에 종사하는 것을 생각하고, 정책 또한 농업 종사자 위주로 펼쳐져 있는데 귀촌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곽영란 센터장의 설명이다.

곽영란 센터장은 “귀농·귀촌으로 농업 종사자가 증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사회에 인원이 증가해 다양한 일을 펼쳐 활성화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면서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도시에서 하던 일을 지역 사회에서 이어서 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과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