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주택협회는 지난 9월부터 29개 회원사의 133개 사업지를 대상으로 사회주택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과 기초 데이터 구축 및 사업자 노하우 파악을 위한 현황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본 인터뷰는 위 과정을 통해 여러 회원사를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미니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내용입니다. 본 인터뷰의 내용은 협회 및 해당 조직의 공식 입장과 다소 다를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편집자 주
아이부키는 2012년 설립된 사회적기업으로서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인간적인 건축에 대해 고민하고 공동체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하여, 결국 삶 자체를 보다 멋지게 디자인해내는 일에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한, 효율과 경쟁이 우선인 자본 영역과 형평성을 추구하는 공공영역 사이에서 자발성과 제한적 영리를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 이익이 되는 제3의 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LH 매입약정형 사회주택
1, 사회적 경제주체가 LH와의 매입약정을 기반으로 설계/시공단계부터 참여하고, 준공 후 다양한 주거서비스 프로그램 제공 등의 임대운영, 관리를 직접 수행하는 임대주택
2, 사업 초기부터 기획된 공간에 따른 입주자 맞춤형 공급과 주택 운영 콘셉트에 따른 풍부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 확보 및 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매입임대주택에 비해 주택의 품질과 공간의 활용도, 입주자 만족도가 우수함
Q 곧 있으면 LH매입약정형 1호 사회주택인 '안암생활'이 준공이 되는데요...
일단 이미 입주자 모집은 완료됐구요. 임대료가 주변 시세에 비해 거의 45%수준이라 경쟁율도 3:1수준이었어요. 준공을 위한 여러 단계들이 마무리 단계지만 주택을 운영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어요.
매입약정형 사회주택 1호, 안암생활
안암생활은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의 첫 번째인데 그중에서 특별한 것은 비주택인 호텔을 주택으로 바꾼 것이에요. 그런데 비주택을 주택으로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법이 달라서인데요. 호텔은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법에 안 맞게 지은 것들을 주택으로 바꾸려면 사실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일단은 주차장이라든지 용적률 문제라든지, 특히 호텔 같은 경우는 관광산업특례법에 따라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게 되어 있는데, 그 인센티브 받은 것들을 없애야 주택으로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 부분을 합법화해서 리모델링하는 것을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해야 되고, 법을 바꾼다든지 해야 하는데 안암생활 같은 경우는 운이 좋게도 이 호텔이 처음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인허가를 받았던 거고, 그걸 다시 호텔로 바꿔서 운영을 하다가 이번에 다시 기숙사(준주택)로 바꾼 경우였죠. 그리고 상황 자체가 아주 나이스했죠. 호텔 쪽 입장에서는 코로나로 운영이 안 되는 것을 팔고 싶었던 거고, 아이부키의 기획과 LH의 제안에 의해서 사업이 잘 돌아간 거죠. 아주 특별한 경우죠.
Q 미술교육 및 학원 운영을 하다가 어떻게 건축으로 들어오게 되셨는지?
저희들이 하는 걸 시행이라고 하는데 건축하고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것 같아요.
집이나 건물을 짓고 팔거나 운영하는 데는 다양한 영역이 있어요. 총괄하는 것을 시행이라고 하는 거고 건물을 짓는 시공이 있고 설계 영역이 있고 파트가 다 다른데 이건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보면 돼요. 그러니까 설계 영역은 전문가인 건축사가 할 수 있는 것이고, 시공은 종합건설사, 아주 전문영역인 엔지니어링이죠. 반면, 시행은 사실 시공도 좀 알아야 되고 설계도 좀 알아야 되지만 또 다 알지 못해도 되는, 물론 모든 영역을 다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은 과한 표현이지만 부분부분에 매몰되면 안 되니까 어떻게 보면 두루두루 다 알아서 리딩을 해야 하는 거예요.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주택,
시행자로서 기획 역량 필요
특히 사회주택의 시행 영역은 다른 시행하고 많이 다른 것이 뭐냐면 이게 운영이 결합돼 있다는 거죠. 다른 시행 영역은 운영이 결합돼 있지 않고 건물을 지어서 팔다 보니까... 물론 거기에도 상품성이나 이런 것 때문에 기획 영역이 중요하긴 한데, 사회주택은 직접 운영을 장기간 해야 되기 때문에 기획 영역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봐요. 최적화된 설계와 그 설계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시공 이런 것들을 아주 잘 일치를 시켜야 하고 설계, 시공 각각의 전문성을 최대한 기획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해서 사회주택 시행 영역은 우리나라에서 기존의 시행 영역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가령, 이 지역에서는 어떤 주택이 꼭 필요하고 특정 입주자들과 함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고 이런 기획에 특화된 분들이 훨씬 더 사회주택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사실 저희들은 사람들의 생활이나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다루는 거라서, 건축물만을 다루는 것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입주자들과 건물의 상호작용이 여기서 어떤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 그리고 꿈을 꾸는 것 이런 것들이 사회주택에서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행, 시공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기획능력, 뭔가 꿈을 꾸는 비전, 이런 것들이 사회주택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서울시 사회주택 조례가 제정되기 전부터 '보린 주택'이라는 공동체주택 사업을 하셨는데요, 꽤 오랫동안 현장에서 지금까지 겪어왔던 것을 평가해본다면?
저는 '건물을 짓고 운영을 한다는 것이 너무너무 매력적인 일이다'. 왜냐면 건물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어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는 거죠. 사경 주체들이 아무리 콘텐츠가 좋고 도시재생 관련된 여러 좋은 프로그램들도 많고 하지만 사실 결국은 뛰어난 콘텐츠가 지역을 활성화시킨 다음에 희생양이 된 사례들이 많잖아요. 집값은 올라가고 임대료가 올라가니까. 그런데 건물을 짓고 운영하는 건축주가 된다는 것은, 물론 만들기까지 엄청 험난한 과정은 있겠지만 건물이 지어져서 운영할 때 느끼는 그런 뿌듯함이 있고 자유로움이 있어요. 내가 원하는 콘텐츠에 따라 입주자를 모집하고 여기에 채워서 그 사람들과 뭔가 미래를 한번 도모해볼 수 있다. 이게 어마어마한 힘이고 사회주택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큰... 뭔가 부동산 업계에서도 아주 센세이셔널한 영역이 될 거다..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사회주택,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한 전략 필요
그런데 이상적으로 보면 사회주택이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사업별로 다 어려움이 있어요. 특히 토지임대부 같은 경우에는 에쿼티(자본금)를 적게 넣지만 적합한 땅을 찾고 제안을 하고 그런 사이에 땅이 또 날아가고 여러 가지 절차상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물론 서울시가 많이 개선을 하고 있지만.. 그래서 조금씩 개선은 돼가는 것 같긴 해요. 그런데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뭐냐면 땅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문제가 뭐냐면 건물에 대한 감가상각 때문에 회사의 재무구조가 굉장히 취약해집니다. 건물을 지을 때 내가 100을 들여서 지으면 준공하고 난 다음에 건물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면 120이 돼야 하는데 실제로 가치 평가하면 90이 돼버리는.. 그러니까 사업 기간이 20년이 되기 전까지 자산이 줄어든 채로 있는 거죠. 그래서 토지임대부는 제도적으로 아직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반면, LH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의 경우는 건물을 짓는데 돈이 들어가고 건물을 다 지은 다음에 이 건물을 통째로 통으로 매각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우리가 100이 들어갔는데 건물을 팔 때는 110을 가지고 팔 수 있는 거죠. 그러면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고, 내가 애정을 가지고 건물을 지은 다음에 다시 운영 위탁을 받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안암생활 같은 경우에는 리모델링형이었기 때문에 사업 기간이 굉장히 짧아서 기획부터 준공까지 3개월이었다는 장점이 있고, 저희들이 사회주택을 하면 많아야 20세대 정도인데 확 늘어나서 122세대고.. 사실 LH 같은 경우 더 큰 세대수도 매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더욱 장점이 있어요. 거기에 따른 커뮤니티 공간도 충분히 확보해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주택 운영에 대한 비전이나 상상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이렇게 규모화되는 것이 사회주택에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택 사업자라면..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계속 토지임대부를 하고 싶은 이유는 많이 하진 않았지만 토지임대부는 실험을 할 수 있어요. 다른 사업에 비해서 리스크가 굉장히 적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준공이 다 돼가는 캔자스 대저택(토지임대부 사회주택) 같은 경우는, 1인 세대가 개를 키우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데, 개를 공동으로 함께 키울 수 있는 그런 주택을 한번 기획을 해보고 싶었단 말이죠. 만약에 저희가 일반 사업자라면, 사업성이나 비용들을 고민하다 보면 결정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저희가 사회주택을 통해서 뭔가 우리 사회를 바꿔나가겠다는 비전이 있기 때문에 이런 커뮤니티가 충분히 우리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주택에 관한 기획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죠.
Q 아이부키가 생각하는 사회주택의 비전이란?
비전이라 하면 기본적으로 콘텐츠에서 나오는데, 콘텐츠라는 것은 그냥 사람이에요. 사람이 콘텐츠에요. 입주자가 콘텐츠고, 그 콘텐츠들이 양질의 커뮤니티로 옮아간다고 보는데.. 결국은 커뮤니티에 대한 니즈는 뭐냐면, 대부분 1인 세대이거나 뭔가 결핍된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거예요. 예를 들어 청년 1인 세대이거나 사회 초년생이거나 하면, 사회생활 피곤하고 골치 아프니까 그냥 방에 오면 아무런 간섭 없이 편히 있고 싶은 것이 첫 번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롭다는 거예요. 뭔가 관계에서 오는 외로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관계라는 게 항상 한계를 가지기 때문에.. 그리고 창업하는 사람들은 혼자 창업하는 것에 대한 외로움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서 창업을 하고 싶은 것이죠. 그런 것들이 다 결핍이잖아요. 혼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결핍들을 이 커뮤니티를 통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겠다. 니즈가 맞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것 자체가 커뮤니티가 될 수 있겠다.
Q 사회주택의 경우 입주자들이 청년세대가 많아서 이주가 잦은 편인데..
저는 궁극적으로 도전을 하고 싶은 거죠.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모델을 계속 시도하는 거죠.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이런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하기 위한 구조를 계속 고민을 하는 거죠.
그리고 결국은 사람이거든요. 아무리 건물이라는 것이 콘크리트고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되고 움직이지 않는 거지만 결국 최고의 인테리어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사회주택이 앞으로 아무리 으리으리한 주택을 짓는다 하더라도 결국은 사람이 최후의 보루다. 그래서 사회주택은 사람이다... 사람이 사는 공간을 만드는 거고 사람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그런 공간이 사회주택이 가진 최후의 가치가 아닌가 이런 생각..? 하하하..
인터뷰 일시 및 장소: 10월 24일,아이부키 사무실(장안생활 3층)
인터뷰 진행: 한국사회주택협회 김준호 매니저
한국 사회주택협회(http://socialhousi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