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거부하는 님비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현실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보다 먼저 이 현상을 경험해왔고, 주정부와 시정부, 공공기관을 불문하고 원활한 저렴주택 공급을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법제도적인 측면
·매사추세츠 주 저렴주택공급 의제처리법 (이름하여 Chapter 40B)
메사추세츠 교외 지역의 저렴주택 공급은 인종 문제와 결합되면서 극심한 사회문제로 발전하였다. 특히 교외 지역의 용도지역제는 저렴주택 확보를 저해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주택개발업자가 저렴주택을 공급하고자 할 때 배타적 조닝을 넘어설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 이에 메사추세츠주 의회는 1969년 저렴주택공급 의제처리법을 통과시켜 개발자가 배타적 조닝을 통과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였다. 특히 최소 필지 면적 규정 및 최대 밀도 규정을 활용하여, 저렴주택 공급을 어렵게 하였던 교외 지역에 저렴주택을 공급할수 있는 법률적 기초가 되었다.
·캘리포니아 주택기본법
1969년 법제화된 주택기본법은 주거 기회 확장 및 주거수요 충족을 위해 저소득층 가구를 위한 주택을 건설함을 목적으로 하며, 캘리포니아의 모든 도시 및 카운티가 주택수요를 충족시킬 세부 계획안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주택기본법은 다른 주들과 달리 저소득 가구를 위한 주택의 지리적 분포를 강조하며, 개별 시가 상황에 따라 용도지역제를 재조정하도록 하여 미래의 도시 성장을 관리하도록 한다. 또한 저렴주택 개발을 위한 재원 조달을 위해 주거용도와 상업용도를 적절하게 배분하도록 한다.
·일리노이 주 저렴주택 계획 및 항소법
시카고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여타의 미국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심지보다는 교외 지역의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해왔다. 하지만 주택 공급의 속도는 인구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해,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물가가 조정된 시카고 지역 중위 주택가격은 1990~2001년 사이 3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렴주택 공급은 매우 저조하여 1990~2000년 전체 주택 재고가 9.5%증가한 반면, 임대주택으은 0.7%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카고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 원인은 신규개발 규제정책이었다. 용도지역규제, 건축 규제, 단지설계 규제 등이 주택개발 비용을 상승시킨 것이다. 이러한 규제의 목적은 부동산 가치 보호, 교통혼잡 방지, 지방 세수입 유지 및 증대, 인구증가에 따른 기반시설 과부하 방지 등이다. 그 결과 저렴주택 공급은 자연스럽게 배제되었고 저렴주택 부족은 지역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일리노이주 의회는 저렴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2004년 저렴주택 계획 및 항소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지방정부 단위에서 저렴주택 계획 및 개발을 의무화하고 저렴주택 개발을 저해하는 카운티 정부 및 시 정부의 지역조례 및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간 저렴주택 재고 비율을 10%선을 유지하는 인구 5,000명 이상의 도시를 제외한 모든 지방정부가 제출해야 하는 저렴주택 계획에는 저렴주택 비율 기준, 적합한 택지, 기존 주택을 저렴주택으로 전환할 경우의 변경 계획, 저렴주택 사업을 담당할 개발업자, 저렴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수단 등을 담아야 한다. 더불어 다음 세 가지 사항 중 하나를 계획 목표로 삼아야 한다.
위에서 열거한 법들 외에 미국은 님비 완화를 위한 온라인 정보공유 플랫폼 역시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연방정부 주택도시국(HUD)인데 여기서는 저렴주택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저렴주택 관련 정책이 주택가격, 지역의 고용시장(일자리), 경제성장, 지역의 재정건전성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를 지원한다. 또한 정책개발과 연구를 담당하는 별도의 기관을 운영하여 주택시장 분석, 지역별 소득 및 임대료, 공정임대료 등의 원자료와 이를 활용한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HUD는 저렴주택 관련 최신 정보를 담은 'EDGE'라는 별도의 온라인 잡지 역시 발행하고 있다. 그 외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렵주택 개선을 위한 디자인 대회를 개최하여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저렴주택의 개선과 공급 활성화에 기여한 주체를 대상으로 시상을 하여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시민 참여를 끌어올리고 있다.
도시지역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배제하는 님비현상은 보편적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책적으로 자가소유를 지원해온 결과, 자가 주택 선호가 높을뿐만 아니라 보유자산 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주택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외부 변화에 유독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임대주택이 지역사회와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상대가 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의 수요, 공급, 배분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선 임대주택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제도의 보완이 요구된다. 임대주택 수요를 시군구별로 면밀하기 파악하고, 지속적인 자료 확보와 모니터링을 수행하기 위한 법제도적 근거와 예산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임대주택의 공급을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 공급방식 및 공급유형이 다양화되고 참여유인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대주택 배분과 관련해서는 공급의 주체, 그리고 지속가능한 공급을 위한 권한의 분배 또는 위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입주자 선정 조건을 면밀히 검토하도록 하여 공급주체가 임대주택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지역의 주민들이 초기부터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도록 소통의 창구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해당 지역뿐 아니라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임대주택에 대한 교육, 홍보 등을 실시하여 임대주택을 지역의 부담이 아닌 지역의 자산으로 인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출처/ Insight 2018.summer호 <임대주택, 지역사회와 공생을 위하여>